1. 정비사업 각 단계에서의 조합원의 법적지위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조합은 도시정비법상의 ‘정비조합’을 말하고 조합원이란 ‘정비조합의 설립을 전제로 조합의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조합원은 정비사업으로 인해 건설될 건축물 및 대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 즉 권리가 있는 반면 그에 필요한 의무가 동시에 주어지는 불가분적인 법적지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절에서는 정비사업의 주체인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법적지위에 대해 정비사업의 단계별로 논해 보고자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재건축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중 조합설립에 동의한 자만이 조합원의 지위를 인정받는다(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또한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에서 “정비사업의 조합원은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 소유자로 한다”라는 규정은 소극적으로 정비구역 안에 이해관계를 갖지 아니한 자들의 조합에 대한 개입을 배제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로써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의 인적범위가 한정된다. 또한 도시정비법상에서 정하고 있지 아니한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해서는 조합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의한다. 예컨대, 조합정관에서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 등 사업구역 내 이해관계인의 일부를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서도 종전의 건축물 중 주택(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특정무허가건축물 중 조합의 정관 등에서 정한 건축물을 포함한다)을 소유한 자를 분양대상자로 하고 있어(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27조 제1항 제1호), 무허가건물소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다. 재개발조합의 정관에서 토지·건물의 소유자와 별도로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에게도 조합원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경우,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대해서 판례는 ‘당해 재개발조합의 정관에서 그 재개발사업시행구역 안의 토지, 건물의 소유자에게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이와 별도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무허가건축물을 소유한 자에 대하여는 그 소유임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하여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무허가건축물에 관하여는 그 사실상의 소유자에게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임의가입을 특징으로 하는 재건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관할관청의 인가와 무관하게 정관에 의한 조합과 조합원의 내부적 사법관계는 이를 존중하고 있는 듯하다.
(1) 계획단계에서의 조합원의 법적지위
재개발·재건축의 계획단계에서 조합원의 법적 지위란 일반적으로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있어서의 조합원의 권리·의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의 계획단계에서는 토지 등 소유자가 주로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조합설립을 위한 제반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토지 등 소유자가 정비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후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5명 이상의 추진위원회 위원(이하 ‘추진위원’이라 한다)과 운영규정을 작성하여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시행 2018. 2. 9. 국토교통부고시 제2018-102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2조 제1항)를 받아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7조에 따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신청서(도시정비법 시행규칙〔별지 제3호서식〕)에 토지 등 소유자의 명부와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서 그리고 추진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의 주소 및 성명, 추진위원회 위원 선정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에게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도시정비법 제31조 제1항).
그리고 토지 등 소유자는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추진위원회에 추진위원회 위원의 교체 및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33조 제3항).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는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다만,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시장·군수 등 및 추진위원회에 조합설립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시를 한 추진위원회 동의자의 경우에는 제외한다(도시정비법 제31조 제2항). 또한 추진위원회는 운영규정에 따라 운영하여야 하며, 토지 등 소유자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운영규정에 따라 납부하여야 한다(동법 제34조 제2항). 조합원의 추진위원회 운영경비 부담의무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자로서 그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납부해야한다는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일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조합이 설립되면 모든 업무와 자산을 조합에 인계하고 추진위원회는 해산한다(시행 2018. 2. 9. 국토교통부고시 제2018-102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 제1항). 추진위원회는 자신이 행한 업무를 도시정비법 제44조에 따른 총회에 보고 하여야 하며,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조합이 포괄 승계한다(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 또한 추진위원회는 사용경비를 기재한 회계장부 및 관계 서류를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에 인계하여야 한다. 이하에서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개념과 법적성격, 그리고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운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1)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개념과 법적성격
‘추진위원회’란 정비사업 초기단계의 제반업무를 준비하기 위해 구성되는 한시적인 단체로서, 추진위원장, 이사, 감사 등의 조직이 구성되어 있고, 운영규정에 의해 운영되는 등 단체의 고유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고 규약 및 단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구성원의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하는 등 단체로서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다. 또 도시정비법 이전에는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였던 것과는 달리 도시정비법에 의해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나아가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 하는 등(도시정비법 제15조제4항)장차 설립될 법인인 조합과 연속성도 가지고 있다. 판례도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아 법인으로 설립된 조합이 조합총회를 열어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 또는 토지 등 소유자 총회에서 한 시공자 선정결의를 그대로 인준 또는 추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한 경우에는, 설령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 또는 토지 등 소유자 총회에서한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고 할지라도 조합총회의 새로운 결의가 하자로 인하여 부존재 또는 무효임이 인정되거나 결의가 취소되는 등 특별한사정이 없는 한 종전에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 또는 토지 등 소유자 총회에서 한 시공자 선정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권리보호의 요건을 결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추진위원회가 이와 같은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법적 성격은 ‘비법인 사단’에 해당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추진위원회가 아직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하여 조합관계에 불과할 경우(발기인 조합)에는 민법상의 조합규정이 적용될 것이다. 한편,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에 “추진위원회가 수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한 업무를 포괄승계 한다고 하여 추진위원회가 행한 모든 업무적 행위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 등 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행위 또는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행위 등인 경우에는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한편, 조합의 설립이 좌절된 경우 법률문제는 추진위원회가 조합관계에 불과할 경우에는 추진위원회 및 추진위원들의 재산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고, 비법인사단의 경우에는 제3자와의 거래과정에서 연대 보증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추진위원 개인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것이다.
2)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운영
운영규정은 추진위원회 제반 운영의 기본이 되는 사항을 정한 것으로 그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여(도시정비법 제34조 제1항) 주민분쟁으로 인한 잦은 변경을 지양하고, 비리에 대한 엄격한 감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시의 형식으로 제정된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시행 2018. 2. 9, 국토교통부고시 제2018-102호, 2018. 2. 9. 개정)’을 판례는 종래부터 법령의 위임에 따라 그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는 고시형식의 그 행정규칙을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정하여 왔다.
앞에서 서술하였듯, 토지 등 소유자는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에 따라 추진위원회에 추진위원의 교체 및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데, 추진위원의 교체·해임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도시정비법 제33조 제3항, 제4항). 또한 추진위원회는 운영규정에 따라 운영하여야 하며, 토지 등 소유자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부하여야 한다(도시정비법 제34조 제2항). 이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자들은 추진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하지 않은 자가 조합설립에 동의한 경우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자와 함께 추진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소급하여 정산, 납부하여야 한다. 여기서 운영경비는 운영규정에 의하여 추진위원회에 정비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지 추진위원회의 채권자인 제3자에 대하여도 직접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아니다.